[특별기획-1편 기하성, 위기 속 새로운 길을 모색하다] 기하성 신학교,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야 하나
과거의 영광에서 현재의 위기를 넘어 미래의 개혁으로
한국교회 오순절 운동의 심장이었던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신학교들이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과거에는 성령운동의 신학적 토대를 제공하며 교단의 폭발적인 부흥을 이끌었지만, 오늘날에는 정체와 혼란, 그리고 신뢰 상실이라는 무거운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신학교의 미래는 곧 교단의 미래와 직결되며, 신학교의 몰락은 곧 교단 전체의 몰락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야말로 근본적인 성찰과 과감한 개혁이 절실하다.
부흥의 산실로 빛났던 과거
기하성 신학교는 과거 오순절 운동의 심장이었다. 조용기 목사의 영산신학은 성령 체험을 신학적으로 정리해 가난과 절망 속에 있던 한국 사회에 새로운 희망의 언어를 제공했고, 신학교는 이 신학을 계승해 수많은 목회자를 길러냈다. 졸업생들은 농어촌과 도시, 그리고 해외 선교지로 흩어져 성령운동의 불길을 지폈다.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기하성 신학교의 위상은 국내외적으로 높았다. 세계 오순절 신학자들과 활발히 교류하며 한국적 성령운동을 학문화했고, 교회 성장을 위한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으며, 졸업생들은 교단의 부흥기를 이끈 주역이었다. 그 시절 기하성 신학교는 교단의 심장이자 성장의 엔진이었다.
정체와 혼란에 빠진 현재
그러나 현재의 모습은 과거와는 크게 다르다. 신학적 연구는 여전히 과거의 교재와 틀에 머무르며 현대 신학 담론과 대화하지 못하고 있다. 학생 수 감소와 목회 환경 악화로 졸업생 다수는 농어촌이나 소형 교회에 나가지만, 신학교육은 이 현실을 준비시키지 못하고 있다. 일부 신학교는 운영 과정에서 비리 의혹과 불투명한 경영으로 사회적 신뢰를 잃었고, 이는 교단의 도덕성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주었다. 재정적 어려움이 겹치면서 교수진 확보와 교육 투자도 줄어들었고, 학문적 활력은 떨어졌다. 일부 인사들의 장기적인 도과점식 운영과 전문성 부족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신학교 전체의 경쟁력은 약화되고 있다.
한세대학교는 교단의 대표 대학으로 영산신학의 본산이자 상징적인 역할을 해왔지만, 종합대학화 과정 속에서 교단적 정체성이 희미해졌다. 신학대학의 위상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낮아졌고, 오순절 신학의 독자성을 선도하기보다 일반 대학과 차별성이 없는 교육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순복음대학원대학교는 교단 지도자와 현장 목회자를 양성하는 요람이었지만, 최근 몇 년간 운영 비리와 내부 갈등으로 큰 상처를 입었다. 불투명한 재정 집행과 교단 정치와 얽힌 문제들은 대학원의 명예를 실추시켰고, 지도자 양성 기관으로서의 신뢰마저 흔들었다. 순복음신학교는 기하성 목회자 양성의 뿌리와도 같은 기관이지만, 교육 과정은 시대의 변화에 뒤처졌고 학생 수는 줄어들고 있으며 교육 인프라의 노후화는 심각하다. 순복음영산신학원은 고(故) 조용기 목사가 국내외 선교를 위한 목회자 양성과 재교육을 목적으로 설립한 기관이다. 그러나 현재는 홀로서기로 조용기 목사의 성령 신학과 복음적 비전을 계승·발전시켜 설립자의 뜻을 지속적으로 지켜나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지방 신학교들은 지역 교회 목회자 양성에 기여해왔지만, 학생 부족과 재정난으로 존립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교수진 확보도 쉽지 않고, 교육의 질은 불균형하며, 교단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이 사실상 부재한 실정이다.
개혁 없이는 미래도 없다
이러한 문제들이 누적되면서 기하성 신학교들은 더 이상 미래 세대를 책임질 수 없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길은 여전히 열려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개혁이다. 무엇보다 신학의 현대화가 시급하다. 영산신학을 단순히 보존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성령과 정의’, ‘성령과 창조세계’, ‘성령과 공공성’ 같은 현대적 주제를 신학적으로 담아내고, 청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오순절 신학을 발전시켜야 한다. 실천적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소형 교회 목회자와 미래 선교사를 위한 맞춤형 훈련, 디지털 목회와 미디어 선교 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운영의 투명성은 반드시 확보되어야 한다. 외부 감사와 재정 공개를 통해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신학교의 존립은 위태롭다. 국제적 연대 또한 중요한 과제다. 세계 오순절 신학교들과의 교류를 확대하고, 교수 교환과 유학생 수용을 통해 국제적 위상을 회복해야 한다. 청년 리더십 훈련 역시 미래의 핵심 과제다. 신학교는 단순히 목회자 배출소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신앙과 직업을 아우르는 기독 청년 지도자 양성 기관으로 변모해야 한다. 지방 신학교들은 교단 차원의 통합 관리와 지원이 필요하다. 인가된 교육 과정을 공유하고 온라인 교육을 활성화하여 지역적 한계를 넘어야 하며, 단순한 목회자 배출소가 아니라 지역 사회와 협력하는 신앙·복지 거점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기하성 신학교는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다. 그것은 교단의 심장이자 미래를 결정하는 기관이다. 목회자를 어떻게 양성하느냐에 따라 교단의 신학과 영성이 달라지고, 교회의 건강성도 좌우된다. 지금 신학교는 위기의 한복판에 서 있지만, 동시에 기회의 문 앞에도 서 있다.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며 현 상황을 미화하는 것으로는 결코 미래를 열 수 없다. 신학의 갱신과 교육의 혁신, 운영의 투명화와 국제적 연대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다시, 성령의 학당으로
따라서 우리는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내일은 없다. 신학교가 무너지는 순간 교단 전체는 무너진다. 교단 지도자들은 더 이상 변명과 핑계로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 개혁을 거부하는 태도는 곧 교단을 파멸로 이끄는 길이다. 학문과 영성의 갱신, 교육과 현장의 일치, 운영의 투명화와 국제적 협력, 청년 세대를 위한 리더십 훈련. 이 모든 것이 지금 당장 실행되어야 한다. 기하성 신학교는 성령의 학당으로 다시 서야 하며, 그 길에서만 교단은 한국교회와 세계 오순절 운동 속에서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지금 결단하지 않으면 내일은 없을 것이다.
노곤채 목사/ 풀가스펠뉴스 대표, 한국기독언론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