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기획] 정관이 낳은 붕괴, 방치가 만든 불신 - 기하성 재단, 교단 신뢰의 심장을 흔들다
“교단을 사랑한다면 자리를 내려놓아야 한다” “사퇴 없는 회개는 없고, 개혁 없는 회복은 없다” “장기 재임은 권력이 되고, 권력은 재산을 삼킨다”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는 자가 위기를 만든다.”
이 문장은 지금 재단법인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재단법인 기하성)을 둘러싼 교단 내부의 민낯을 압축한다. 공익을 위해 설립된 재단이 언제부터 교단의 불신을 낳는 근원이 되었는가.
본지는 지난 몇 달간 등기부 등본, 정관 개정본, 총회 회의록, 그리고 관계자 증언을 바탕으로 재단법인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의 구조적 문제를 추적했다.
선교사들의 헌신으로 세워진 재산, 그 정신은 사라졌다
기하성 재단의 출발은 순수했다. 1969년 설립 당시, 이 재단은 목회자 양성과 교회 건립, 선교 사역 지원을 목적으로 세워졌다. 해외 후원단체인 미국 하나님의성회(Assemblies of God USA)가 보낸 지원금과 국내 성도들의 눈물어린 헌금으로 전국 곳곳에 교회 대지와 교육 시설이 마련됐다. 이는 개인의 재산이 아니라, 세대와 세대를 이어온 신앙 공동체의 공익적 자산이었다.
초기 정관은 이사직을 “권력이 아닌 봉사직”으로 규정하며, 이사 임기 제한·중복직책 금지·총회원 감시조항 등을 포함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며 정관은 변형되었고, 공익의 안전장치는 하나씩 사라졌다. 이사직은 봉사의 자리가 아니라 권력의 자리를 상징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2003년, 모든 것이 바뀌었다 - 총회의 권한이 이사회로 넘어간 날
2003년 이사회에서 재단 정관이 개정되었다. 그 핵심은 재단 이사 선출권이 총회에서 재단 이사회 스스로에게로 이관된 것이었다. 이 개정 이후, 교단의 감시체계는 사실상 무력화됐다. 총회원의 손에서 빠져나간 권한은 이사회의 문 안으로 들어갔고, 재단은 스스로를 선출하고, 스스로를 감시하는 폐쇄적 구조로 전환되었다.
이 변화의 의미를 당시를 기억하는 한 원로 목회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때 교단의 문틈으로 악이 들어왔습니다. 교단의 권력이 바뀐 날이었습니다.”
세 번의 붕괴가 남긴 교훈 - 구조적 실패는 반복됐다
이후 20여 년 동안 교단은 세 차례의 중대한 재정·신뢰 위기를 겪었다. 첫째, 2015년 서대문 총회회관 매각 사건이다. 교단의 얼굴과도 같던 총회회관이 교단 전체의 동의 없이 매각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결정은 일부 이사회 내에서만 논의됐고, 매각 과정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
둘째, 2005년 학교법인 순총학원 부지 증여 문제다. 총회원들의 설명이나 보고 없이, 일부 이사회의 단독 결정으로 학교법인 재산이 타 기관으로 넘어갔다. 당시 일부 교단 관계자들은 “교단의 공적 자산이 사유화되는 첫 번째 신호탄이었다”고 지적했다.
셋째, 2020년 연금공제회 파산 사태다. 은퇴 목회자 수백 명이 노후를 잃었고, 교단 내부에서는 구조적 감독 부재가 원인으로 지적됐다. 연금은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교단 공신력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그 신뢰의 탑은 무너졌고, 지금도 상처는 치유되지 않았다.
세 사건의 공통점은 명확했다. 결정권이 총회원에게 있지 않았다는 점, 감시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당시 의결에 참여했던 핵심 인사들이 지금도 주요 직책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 선교가 남긴 뼈아픈 교훈 - “선의만으로는 공익재산을 지킬 수 없다”
20세기 중·후반, 한국과 서구권 선교사들은 외국인 토지 소유가 금지된 지역에서 신뢰할 만한 현지인 명의로 교회당과 선교센터를 세웠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 명의자가 세상을 떠나거나 상속이 이루어지자, 그 땅은 법적으로 사유재산으로 판정되었다. 교회는 상업시설로, 선교학교는 사립사업으로, 선교센터는 개인 숙박업으로 바뀌었다. 법원은 “문서상 명의자”만을 법적 소유자로 인정했다.
한 선교사는 이렇게 고백했다. “우리는 신뢰로 시작했지만, 제도가 없었기에 모든 것을 잃었다.” 이 교훈은 지금의 기하성 재단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법적 장치 없는 선의는 공익재산을 지킬 수 없다. 정관이 바로 그 울타리이자 방패였다. 그러나 그 방패는 지금 무너져 있다.
타 교단은 제도를 세웠다 - 신뢰는 투명성에서 시작된다
다른 주요 교단들은 위기를 반복하지 않았다. 예장통합은 총회원 직접선출제와 회계분기 공개제를 도입했다. 예장합동은 부동산 처분 시 본회 결의 의무화로 절차적 정의를 세웠다. 감리회는 기능별 재단 분리와 외부 감사제로 권력 집중을 차단했다. 성결교는 평신도 대표 의무 포함과 3선 금지, 외부 회계감사를 법제화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공익자산은 감시와 분산 위에서만 안전하다”는 원칙을 실천했다. 반면 기하성 재단은 여전히 장기 재임, 중복직책, 비공개 회계, 외부감사 부재 등 20년 전과 다르지 않은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정관은 단순한 문서가 아니라 교단의 헌법이며,
그 헌법이 병들면 교단의 신앙도 함께 무너진다.
재단과 교단을 살릴 7가지 개혁을 제안한다. ▲이사 임기 제한과 3선 금지의 명문화. ▲총회원 직접성 강화 선출 방식 도입. ▲중복 직책 전면 금지. ▲외부 회계감사 및 월별 공개. ▲해임 사유 구체화 및 총회 의결 반영. ▲법률·재정 전문가 의무 편성. ▲부동산 처분은 총회 본회의 결의 필수화. 이 일곱 가지 개혁은 단순한 제도가 아니다. 이는 교단 신뢰의 회복이자, 교회의 양심을 되찾는 일이다.
회개는 말이 아니라 내려놓음이다
성경은 이미 그 길을 보여준다. 불의한 재물을 회개하고 네 배로 갚은 삭개오는 구원을 얻었지만, 재산을 감추고 거짓으로 꾸민 아나니아와 삽비라는 하나님의 심판 앞에 쓰러졌다. 숨긴 재물은 반드시 드러나며, 불의한 소유는 결코 축복이 되지 않는다.
교단의 위기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그것은 제도의 붕괴이자 영적 책임의 방기다. 2003년 정관 변경을 주도한 이들이 진정 교회를 사랑한다면 지금이라도 자리를 내려놓아야 한다. 회개는 고백이 아니라 결단이며, 진정한 개혁은 사퇴에서부터 시작된다.
1979년 12월 12일 현대사의 왜곡된 권력이 있었듯, 2000년 8월과 2003년 3월 정관 변경에 관여한 이들도 같은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다음 탐사의 주제 “AG GRACE 빌딩”의 그림자
한편, 은평구 대조1주택재개발 구역에 ‘총회회관’이라는 이름으로 건립 중인 ‘AG GRACE 빌딩’의 소유 구조와 재정 흐름을 두고 총회원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본지는 다음 호에서 이 빌딩의 실질 소유주로 알려진 재단법인 하나님의성회선교회의 정관, 이사진 연임 구조, 자산 이동 경로, 그리고 교단의 통제권이 어디에서 차단되고 있는지를 공식 문서와 내부 관계자 증언을 통해 심층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Q&A: 오해와 진실 10문 10답〉
- 기하성 재단 정관 문제와 개혁 과제-
Q1. 왜 요즘 재단법인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가 논란이 되는 건가요?
A. 이 재단은 원래 교단의 재산과 선교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세워졌습니다. 그러나 2003년 정관이 바뀌면서, 총회원이 아닌 재단 이사들끼리 이사를 뽑고 연임할 수 있게 된 것이 문제의 시작이었습니다. 그 결과, 총회원의 감시권은 사라지고, 같은 사람들이 장기간 자리를 유지하는 폐쇄적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이후 교단 재산의 매각, 부지 증여, 연금 파산 같은 사건이 연달아 터지며 “공익을 위한 재단이 아니라 권력을 위한 재단이 됐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Q2. 2003년 정관 변경이 그렇게 심각한가요? 단순한 행정 절차 아닌가요?
A. 단순한 절차가 아닙니다. 그 변경으로 인해 교단의 주권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전에는 총회가 재단 이사를 직접 선출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는 이사들이 스스로를 뽑고, 자기들끼리 재임을 결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쉽게 말해, “총회원이 뽑던 권한이 이사회 내부로 들어가서 문이 닫힌 셈”입니다. 그 결과 교단의 자산과 결정이 몇몇 사람들의 손안에 고착된 구조가 된 것이죠.
Q3. 재단의 이사들은 지금까지 어떤 문제를 일으켰나요?
A. 직접적으로 “법을 어겼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들의 운영 방식이 불투명하고 폐쇄적이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2015년 서대문 총회회관이 총회원 동의 없이 매각 ▲2005년 순총학원 부지가 설명 없이 증여 처리 ▲2020년 은퇴 목회자 연금공제회 파산. 이 세 사건 모두 총회원에게 사전에 보고되지 않았고, 그 결정에 관여한 일부 이사들이 지금도 같은 자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즉, 책임은 흐려지고 권력은 유지된 구조가 2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Q4. 왜 이런 일이 반복되나요?
A. 가장 큰 이유는 정관이 문제를 허용하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정관이 이사들의 연임을 제한하지 않고, 외부 감시나 회계 공개 의무도 약합니다. 즉, “시스템이 문제를 예방하지 못하는 구조”인 겁니다.
한 번 자리를 잡으면 내려오지 않아도 되는 구조, 총회원이 내용을 알기 어렵게 막혀 있는 구조가 결국 불신을 키워온 것입니다.
Q5. 다른 교단들은 어떻게 운영하나요?
A. 다른 주요 교단들은 이미 제도 개혁을 마쳤습니다. ▲예장통합은 총회원이 직접 이사를 선출하고, 분기마다 회계보고를 공개 ▲예장합동은 부동산 매각은 반드시 본회의 결의로 결정 ▲감리회는 재단을 기능별로 분리해 권한 집중을 방지 ▲성결교는 평신도 대표 의무 포함, 3선 금지, 외부 회계감사 의무화. 즉, “감시와 분산”이 제도의 기본 원리입니다. 기하성만이 여전히 20년 전 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셈입니다.
Q6. 교단의 재산은 누구의 것인가요?
A. 법적으로는 재단 명의로 되어 있지만, 실질적인 소유자는 총회원 전체입니다. 재단은 관리 역할을 맡은 기관일 뿐, 주인이 아닙니다. 초기 선교사들과 성도들은 “교단 전체의 공익”을 위해 헌신했지, 이사 개인을 위해 땅을 사거나 건물을 세운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재단은 ‘소유’가 아니라 ‘관리의 책임’을 지는 자리입니다.
Q7. 왜 “선의만으로는 공익재산을 지킬 수 없다”고 하나요?
A. 해외 선교사들의 사례 때문입니다. 외국에서 교회를 세우기 위해 현지인 명의로 땅을 사뒀다가 나중에 법적으로 그 현지인 가족의 재산이 되어버린 일이 많았습니다. 즉, 아무리 마음이 좋아도 문서와 제도가 없으면 재산은 지켜지지 않는다는 교훈이 남았습니다.
기하성 재단의 정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선의로 시작했지만, 제도를 고치지 않으면 언젠가 또다시 잃게 됩니다.
Q8. 지금이라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방법은 간단합니다. ① 임시총회를 소집하고, ② 재단 이사 전원 사퇴를 결의하고, ③ 새 정관을 총회원 투표로 제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반드시 다음 항목을 포함해야 합니다. ▲이사 임기 제한과 3선 금지 ▲중복직책 전면 금지 ▲외부 회계감사 의무화 ▲재정 내역 월별 공개 ▲해임 사유 명문화 및 총회 결의. 이것이 정관 개혁의 기본 5대 원칙입니다.
Q9. 교단이 개혁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A. 과거의 일들이 그대로 반복됩니다. 서대문 총회회관 매각, 순총학원 증여, 연금 파산 같은 사건은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정관이 허용한 구조적 결과였기 때문입니다.
정관을 고치지 않으면 신뢰는 붕괴되고, 교단은 안에서부터 무너집니다. 공익재단은 공익을 지킬 때만 존재할 이유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름만 남은 빈 껍데기입니다.
Q10. 총회원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나요?
A. 이제는 “누가 책임자인가”를 묻는 단계를 넘어서야 합니다. “누가 개혁에 동참할 것인가”를 묻는 때입니다. 총회원의 참여가 없으면, 재단은 바뀌지 않습니다.
교단의 주인은 총회원입니다. 이제는 책임을 요구하는 자리가 아니라, 직접 행동하는 자리로 나아가야 합니다. 정관 개정은 총회원의 권리이며, 동시에 교단의 미래를 지키는 신앙적 책임입니다.
노곤채 목사/ 풀가스펠뉴스 대표, 한국기독언론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