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g인사이트] 100년의 불길, 70년의 부흥 … 지금 기하성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 아주사에서 한반도로 번졌던 성령의 바람 - 분열의 그림자와 통합의 부르심 사이에서 - AI 시대, 한국 오순절이 다시 길을 찾다 - 지금의 위기는 ‘실수’가 아니라 ‘붕괴의 징후’다 - 기하성·백석 통합은 기회인가 시험대인가

2025-11-14     노곤채 대표
노곤채 목사 / 한국기독언론협회 회장

한국 오순절 운동이 100년을 바라보고,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가 창립 70주년을 지나는 지금, 교단은 더 이상 눈을 돌릴 수 없는 위기 앞에 놓여 있다. 부흥의 역사 뒤에 묻혀 있던 문제들은 이미 한계를 드러냈고, 교단 내부의 균열은 더 이상 ‘갈등’이라 부르기엔 너무 커졌다. 지금의 기하성은 단지 방황하는 것이 아니라 붕괴 직전의 구조적 경고음을 듣고 있다.

오순절 운동은 아주사 부흥에서 시작된 뜨거운 성령의 불길로 세계를 변화시켰다. 1928년 럼시 선교부부의 헌신과 1953년 기하성 창립은 그 부흥이 한국 땅에서 꽃피도록 만든 역사적 사건이었다. 그러나 그 찬란한 부흥의 흐름은 시간이 흐를수록 분열·불투명성·세대 단절이라는 어두운 그림자로 덮였다. 여의도–신수동–광화문–예하성으로 이어진 분열은 교단이 스스로 제2, 제3의 균열을 만들어 온 과정이었다.

문제는, 그 분열을 반성하기는커녕 지금도 과거의 방식으로 문제를 반복하려는 움직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교단 안팎에서 “다시 갈라서야 한다”는 말이 흘러나온다는 것은 단순한 소문이 아니라, 교단 내 구조가 얼마나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다.

“연합”이 사라진 교단… 오순절의 본질이 흔들리고 있다

오순절 운동의 핵심은 언제나 연합이었다. 방언·치유·부흥이라는 외형보다, 서로를 격려하며 하나님의 사역을 함께 이루는 ‘성령 안의 하나 됨’이 진짜 본질이었다. 그런데 기하성은 그 정신을 잃어버렸다.

세계 오순절 교단들이 연합·개혁·디지털 선교혁신으로 미래를 준비할 때, 한국 오순절은 아직도 회의·직함·권한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세계 주요 오순절 교단들은 이미 디지털 전환과 공공성 강화라는 새로운 흐름 속에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미국 하나님의성회(A/G)는 온라인 신학교와 메타버스 예배 시스템을 도입해 국경과 공간의 한계를 넘어선 신학 교육과 공동체 형성을 현실화했다. 브라질의 오순절 교회들은 유튜브와 SNS를 중심으로 젊은 세대를 집중적으로 끌어들이며 ‘플랫폼 선교’의 대표 모델로 자리 잡았다. 유럽의 여러 오순절 교단들은 공공신학을 기반으로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강화하며, 교회가 단순한 종교기관이 아니라 공동체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사회적 파트너’로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

반면 한국 오순절은 아날로그 행정·폐쇄적 결정 구조·기득권 중심 의사체계 속에 묶여 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 현실이 “문제”라고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지도력의 안일함이다.

“투명성이 사라진 교단은 무너진다”

기하성을 둘러싼 갈등은 모두 하나의 단어로 요약된다. 투명성의 붕괴. 총회회관, 재단, 재산, 의사결정… 무엇을 말하든 핵심은 같다. 과정은 보이지 않고, 기록은 부족하고, 책임은 흐려진다. 그 결과 교단 구성원은 교단을 신뢰하지 못하게 된다. 일부에서는 “지나간 일이다”, “괜히 들춰 상처를 키울 필요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교단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가장 위험한 태도다.

감춘 문제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쌓여서 폭발할 뿐이다. 역사가 증명한다. 어떤 교단이든 투명성을 잃으면 결국 분열·탈퇴·세대 단절이라는 심판을 받는다.

“과거를 덮고 가자”?

이 말이 기하성을 망쳐왔다. 지금까지 기하성을 위기로 몰아온 가장 치명적인 말은 이것이다. “과거는 덮고 미래로 가자.” 이 말은 부흥을 위한 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책임 회피·기득권 유지·분열 반복의 가장 효과적인 도구였다. 덮는 순간 문제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암처럼 몸 안에 남아 교단을 죽이는 독이 된다.

진짜 개혁은 “상처를 직면하는 정직”에서 시작된다.

“하나님은 속일 수 없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지금 기하성은 역사적 기로에 서 있다. 이 위기는 행정의 위기가 아니라 영적 위기·진실의 위기·책임의 위기다. 지금 기하성이 해야 할 선택은 네 가지다. 첫째, 과거의 잘못을 정직하게 인정하라. 회피는 더 깊은 붕괴를 낳는다. 둘째, 투명성을 제도화하라. 투명성이 없는 개혁은 기만이다. 셋째, 다음세대에게 권한을 넘겨라. 청년 없는 교단은 머지않아 죽는다. 마지막으로, 오순절의 본질인 ‘연합’으로 돌아가라. 분열은 신앙의 길이 아니라 파멸의 길이다.

이 네 가지를 하지 않으면, 기하성의 다음 100년은 없다. 지금은 결단의 시간이며, 미루는 순간 교단은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

사진은 한국교회총연합 제7회정기총회(2023년 12월)에서 제7회기 한교총 대표회장 장종현 목사와 이임하는 제6회기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

기하성–백석 통합 결의, 한국교회에 새로운 전환점 될까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가 지난 2025년 11월 13일 정기임원회와 상임운영위원회에서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총회와의 공식 통합을 결의했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행정 절차나 교단 간 협력 수준을 넘어, 한국교회 전체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만한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두 교단이 통합하면서 형성되는 규모는 약 2만 교회에 이르는 초대형 연합체다. 이는 한국 기독교 역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규모일 뿐 아니라, 교단의 체질 개선과 미래 선교 전략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한쪽은 오순절 신학의 영성과 선교성을, 다른 한쪽은 장로교의 조직력과 공공성을 갖추고 있기에, 이번 통합은 서로의 장점을 결합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낼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통합은 교계 연합사업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랫동안 분열과 갈등이 반복되던 한국교회에서 실질적인 통합이 이루어진 사례는 드물었기 때문이다. 이번 결의가 한국교회 안에서 “연합의 실제 모델”을 제시하는 최초의 대형 사례가 되었다는 점에서, 많은 교단과 지역 연합기관들이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통합을 종교개혁의 정신을 계승하는 새로운 ‘개혁 교회 모델’로 평가하기도 한다. 루터의 1492년 종교개혁이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고자 했던 시도였다면, 이번 통합은 시대적 분열을 넘어 다시금 연합과 개혁의 길을 택한 교회의 자기성찰적 결단이라는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큰 통합에는 더 큰 정직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역사적 성과가 진정한 결실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짚어야 할 부분도 있다. 바로 “큰 통합에는 더 큰 정직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교단 내부의 문제나 미해결된 갈등을 정리하지 않은 채 통합만 추진한다면, 그 통합은 겉으로는 화려해 보일지라도 실제로는 지속 가능한 힘을 갖기 어렵다.

따라서 이번 결정은 단순한 통합 선언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과거의 문제를 투명하게 정리하고, 구조적 개혁을 추진하며, 통합 이후의 행정 운영과 재정 구조에 대한 분명한 기준을 세우는 절차가 뒤따라야 한다. 그래야만 이번 통합이 한국교회에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실질적 발판이 될 수 있다.

결국, 이번 통합이 향후 한국교회에 어떤 열매를 맺을지 여부는 앞으로의 과정에 달려 있다. 통합이 화려한 뉴스로 끝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도 정직한 성찰과 구조적 투명성을 기반으로 한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은 한국교회가 진정한 연합의 가치를 실천할 중요한 기회이며, 동시에 그 결단을 시험받는 순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