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곤채 목사 / 한국기독언론협회 회장
노곤채 목사 / 한국기독언론협회 회장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와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총회(백석)의 통합논의가 공개되면서, 양 교단 내부에서는 심각한 혼란과 감정적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기하성 내부에서는 임원회와 상임운영위원회가 공식적으로 의결한 사안임에도, 정작 회의 자리에 있었던 일부 인사들이 회의장 안에서는 침묵하다가 회의장을 나선 뒤 회원들 사이에서 불만을 제기하고 반대 여론을 선동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선동하는 이들 중 상당수가 현재 총회에서 중책을 맡고 있으며 특정 임원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교단의 질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야 할 지도층 인사들마저 공식 절차를 무시한 채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는 현실은 깊은 우려를 자아낸다. 반대할 수는 있다. 그러나 반대에는 반드시 반대에 상응하는 신학적·정책적 논리가 있어야 하고, 책임 있는 반대라면 공개적인 자리에서, 절차에 따라 제기해야 한다.

기독교의 공적 기관에서 ‘회기 안에서는 묵묵부답, 회의장 밖에서는 강경 반대’라는 행동은 책임 있는 지도자의 태도라 할 수 없다. 총회 정책에 불만이 있다면, 먼저 그 자리에서 사임하고 자신의 입장을 공적으로 밝히는 것이 합당한 순서이다. 직책은 유지한 채 책임은 회피하고, 뒤에서 여론을 흔드는 방식은 교단 공동체를 분열시키는 가장 위험한 방식이다.

특히 우리는 과거 서울남부지법 사태를 기억한다. 조직적 선동과 왜곡된 정보가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는지를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교단의 역사와 공공성을 걸고 논해야 할 중대한 사안을 개인적 감정과 조직적 선동으로 몰고 가는 행위는 결코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기하성과 백석의 통합논의가 옳은가, 그른가의 문제는 결국 신학적·역사적·구조적 논리로 판단해야 한다. 통합에 반대하는 이들은 왜 반대하는지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야 하고, 찬성하는 이들 또한 무조건적 찬성이 아닌 합리적 근거를 토대로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흥분한 목소리가 아니라 정확한 정보, 열린 토론, 그리고 무엇보다 질서 있는 절차다.

총회는 교단을 대표하는 최고 의사기구이며, 그 결의는 교단 전체를 묶는 구속력을 갖는다. 그 결정을 뒤흔드는 무책임한 언행은 결국 대표회장의 권위를 훼손하고, 교단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목회자는 어느 누구보다 교회의 질서와 공동체의 유익을 소중히 지켜야 할 존재다. 분열을 조장하고 감정을 부추기는 방식은 목회자의 품위를 실추시키고 교단 전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냉정함이다.

교단의 공식 입장이 무엇인지 정확히 듣고, 그 신학적·행정적 근거가 무엇인지 차분히 확인해야 한다. 만일 그 입장이 개인의 신앙 양심과 충돌한다면, 그때는 절차에 따라 이의를 제기하면 된다. 지금처럼 장외에서 선동과 비난이 난무하는 방식은 통합을 떠나 교단 자체를 회복하기 어려운 불능 상태로 몰아갈 수 있다.

기하성은 지난 세월 한국 오순절 운동을 이끌어온 귀한 교단이다. 교단의 미래는 감정적 충돌이 아니라 냉철한 판단과 성숙한 리더십 위에서 세워져야 한다. 통합논의 과정이 어떠한 결론으로 이어지든, 그 과정만큼은 교단의 품위가 지켜지고, 총회의 권위가 존중되며, 성령의 질서가 흐르는 장이 되어야 한다.

지금은 누구의 목소리가 더 큰가가 아니라, 누가 교단을 더 사랑하고 지키기 위해 책임 있게 행동하는가가 중요한 때다. 교단의 미래는 선동이 아니라 질서와 진리 위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노곤채 목사 / 풀가스펠뉴스 대표, 한국기독언론협회 회장

저작권자 © 풀가스펠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