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혼선이 남긴 상처, 그러나 이것이 끝은 아니다.

최근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와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총회 사이에서 불거진 ‘통합 논란’은 많은 목회자와 성도들에게 깊은 혼란과 상처를 남겼다. 협력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사용된 표현이 ‘통합’으로 해석되며 교단 내부에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초래했고, 그 결과 정체성에 대한 불안과 지도부에 대한 불신까지 확산됐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멈춰 서서 냉정하게 돌아보아야 할 것은 단순한 용어의 문제가 아니다. 이 사건은 교단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분명히 묻는 시간이다. 통합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의 기하성이 어떤 정신으로 내일을 준비할 것인가의 문제다.

비난이 아니라 성찰, 갈등이 아니라 화합의 방향으로

교단은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은 더욱 거센 언어가 아니라 치유의 언어이며, 공격이 아니라 성찰이다. 비난이 반복되고 감정이 격해질수록, 결국 상처받는 것은 교단 전체와 현장의 성도들이다. 총회도, 회원도, 그리고 미래 세대도 이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길을 잃게 된다.

성경이 말하는 길은 분명하다.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이라.” 지금 기하성이 선택해야 할 길은 정죄의 언어가 아니라 회복의 언어이며, 갈라서기보다 함께 울고 함께 다시 세우는 길이다.

상처를 어루만지고 신뢰를 회복하는 총회의 책임

총회는 이번 사안으로 혼란을 겪은 목회자와 성도들의 마음을 먼저 어루만져야 한다. “절차가 부족했다” “설명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인정에서 출발해, 진정성 있는 소통과 경청으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이것이 지도력의 본질이다.

단순한 해명이 아니라, 협력 논의의 과정과 경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용될 용어의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며 전권위원회가 설명회를 통해 교단 전체의 의견을 수렴하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이 과정이 곧 화합의 출발점이며, 상처를 치유하는 길이다.

통합이 아닌, 성령 안의 협력과 연대

기하성의 정체성은 분열과 혼란 속에서도 꺼지지 않았던 성령운동의 불꽃에 있다. 신앙의 핵심은 구조가 아니라 영성이고, 숫자가 아니라 성령의 역사다. 지금 필요한 것은 흡수나 합병이 아니라, 정체성을 지키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건강한 연대와 선교 협력이다.

국내외 선교, 연합성회, 복음 전파와 사회 섬김은 충분히 협력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각 교단의 고유한 신앙과 전통을 존중하는 선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름을 합치는 것이 아니라, 사명을 나누는 길이다.

오순절 100주년, 위기를 비전으로 바꾸는 시간

기하성은 오순절 선교 100주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 시기는 갈등을 증폭시키는 시간이 아니라, 신앙의 뿌리를 재확인하고 미래 비전을 세우는 시간이어야 한다. 성령운동의 본질을 회복하고, 다음 세대를 위한 신앙 유산을 준비하는 전환기다.

지금 필요한 것은 냉소가 아니라 소망이며, 분열이 아니라 하나 됨이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졌더라도, 성령 안에서 다시 손을 맞잡고 “우리는 하나님의 교회”라는 고백으로 돌아가야 한다.

지금 기하성이 선택해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첫째, 모든 협력 논의는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동 검증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용어 사용 기준을 마련해 오해의 소지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셋째,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선교 협력 모델을 제도화해야 한다. 넷째, 오순절 영성과 성령운동을 미래 교육과 사역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 다섯째, 총회와 회원이 상호 존중과 신뢰를 회복하는 소통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갈등을 넘어 화합으로 나아가는 길이며, 위기를 비전으로 바꾸는 해법이다.

서로를 향한 용서, 그리고 더 큰 내일을 향하여

교단은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이 세우신 공동체다. 지금은 서로를 향한 이해와 용서가 필요하다. 실수는 있었으나, 그 실수를 붙들고 서로를 찢는 것이 아니라, 실수 위에 지혜를 세워야 한다. 기하성은 성령 안에서 하나 되어야 한다. 그 하나 됨은 구조가 아니라 신앙에서 시작된다. 말이 아니라 삶으로 증명되는 연합, 계산이 아니라 기도로 세워지는 미래가 필요하다.

지금 이 자리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비난이 아닌 화합으로, 분열이 아닌 용서로, 혼란이 아닌 성령의 인도하심으로. 이 길이 바로 오순절 100년을 향한 기하성의 진짜 길이다.

기하성 총회, “성급한 통합 없다… 전권위원회 통해 회원과 소통”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는 백석총회와의 통합 논란과 관련해 교단의 신학적 정체성과 오순절 영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고 밝혔다. 총회는 “어떠한 형태의 협력 논의도 성급히 추진하지 않으며, 모든 과정은 투명성과 공개성을 원칙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교단 구성원의 우려 해소를 위해 전권위원회에서 회원들과 직접 소통하고 현장의 의견을 폭넓게 청취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일을 분열이 아닌 화합의 계기로 삼고, 성령 안의 연합을 지향하며 오순절 100주년을 향한 신앙 계승과 미래 비전 수립에 집중하겠다는 방침도 분명히 했다.

기하성 총회는 “교단의 본질을 지키며 책임 있는 소통과 절차를 통해 신뢰 회복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노곤채 목사/ 풀가스펠뉴스 대표, 한국기독언론협회 회장

저작권자 © 풀가스펠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