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5일, 서울 용산 KDB생명타워 지하 회의실. 순총학원 제9차 이사회는 겉보기에는 평범한 정기 이사회였지만, 본지가 확보한 회의록과 관련 자료를 종합하면 이날 회의는 법인의 미래 방향과 구조적 취약성이 동시에 드러난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본지는 내부 회의록, 교육부 자료, 확인 가능한 부속문건을 토대로 이사회가 직면한 문제의 본질과 그 밑바닥에 흐르는 긴장을 추적했다.

수익용 재산 보고: 표면적 보고 뒤에 감춰진 ‘재정 압력’

이사회는 먼저 법인의 수익용 건물 임대 현황을 보고받았다. 남현빌딩 공실 문제는 이날 회의에서도 반복 거론되었다. 이사장은 보고를 들은 뒤 “공실 해소가 시급하다”며 즉시적인 개선을 요청했다. 이를 두고 내부에서는 “공실 문제는 단순한 건물관리 차원을 넘어 법인의 재정 압박을 상징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정 자립 기반이 취약할 경우, 법인은 자연스럽게 기부금과 외부 지원 의존도가 높아지며, 이는 곧 운영 독립성의 위축과 특정 세력 의존 구조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대학원 인사 보고: ‘불안정한 행정 구조’의 단면

순복음대학원대학교 사무처장은 시설관리 직원 퇴직과 채용 현황을 보고했다. 이사장은 “업무 인수인계를 철저히 하라”고 당부했다. 겉으로는 일상적 인사 보고지만, 순복음대학원대학교는 최근까지 교육부의 정상화 요구를 받고 있어, 작은 인사 변동조차 조직 전체 안정성과 직결되는 민감 영역이다. 전문가들은 “행정조직이 안정되지 않으면 정상화 계획은 서류에서만 존재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서울 관악구 과천대로에 위치한 순복음대학원대 전경
서울 관악구 과천대로에 위치한 순복음대학원대 전경

기부금 보고: 지속되지만 불균형한 재원 구조

기부금 보고에서는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지속적 후원이 다시 언급되었다. 회계보고상 대학원 운영의 핵심 재원 중 하나가 여의도순복음교회 기부금인 사실도 다시 확인됐다.

이사장은 “내년에도 지원을 요청할 상황”이라며 “더 많은 지원 확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법인의 재정 구조가 기부금 중심으로 깊이 기울어져 있으며, 제도적·장기적 안정성이 취약함을 반증한다.

정상화 계획서: ‘개인(B 목사) 민원문서’가 공식 제출 자료로 올라왔다

이날 회의에서 가장 큰 논란은 정상화 계획서였다. 교육부 요구에 따라 제출해야 하는 핵심 문건이었음에도, 회의록에 따르면 제출된 문서는 서명이 없고, 민원 서식 형식이며, 개인이 교육부에 제출한 민원으로 보이는 수준이었다. 정○○ 이사는 “형식·요건이 맞지 않아 정상적인 회의 제출 문서로 보기 어렵다”며 즉각 문제를 제기했다. 양○○ 이사 역시 “본 문건은 이사회 논의 대상이 아니라 개인 민원”이라고 지적했다.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문건을 회의 안건에서 제외하고 교육부에 이송하기로 결정했다. 본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러한 혼선은 ‘정상화 과정에서 책임 소재를 둘러싼 내부 갈등’이 문서 형식으로 표출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부당이득금 소송: ‘정상화’가 아닌 ‘방어전’의 성격

두 번째 의안은 법인과 일부 교육기관 간의 부당이득금 소송이었다. 상대 측이 이미 항소한 상태이며, 소송의 실질적 내용은 법인의 재정적·행정적 책임 구조와 맞물려 있다. 법인과장의 보고 후, 이사회는 항소 대응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일각에서는 “소송이 단순한 재정 분쟁이 아니라 정상화 과정에서 발생한 내부 권한 갈등의 연장선”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즉, 법인이 ‘정상화’를 향해 걷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상화에 따른 법적 책임 정리”를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복합적 국면이라는 것이다.

두 개의 의견안, 하나의 선택

정상화 계획서에 대한 이사회 의견 제출은 또 다른 갈등 지점을 드러냈다. 이사회는 경과만 정리해 관할청에 제출하는 1안과 특정 단체(교단)를 명시하는 2안을 두고 논의했다. 고○○ 이사는 “그간 논의된 내용을 정리해 제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사회는 특정 교단을 명시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논란을 피하기 위해 1안을 선택했다. 이사장은 “1안 내용을 이사회의 공식 의견으로 교육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해석에 따라 이 결정은 교단 정치화 차단, 추가 논란 방지, 교육부와의 충돌 최소화 등 현실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는 지금 법인의 생존 전략을 테스트 중

본지가 확인한 회의록은 단순 회의 기록이 아니다. 여기에는 다음이 담겨 있다. ▲법인이 교육부 정상화 요구에 대응하는 과정의 혼선 ▲법적 분쟁을 안은 채 이사회가 방어적 운영 체계로 움직이는 현실 ▲재정 구조의 지속적 압박 ▲행정·책임 체계의 불투명성. 정상화는 이미 선택이 아니라 법적 행정적 의무이며, 이사회는 그 과정을 주도해야 하는 핵심 기구다. 그러나 회의록은 지금의 순총학원이 “정상화의 첫 관문인 문서 형식조차 다루기 쉽지 않은 구조적 한계”와 마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이사회는 순총학원이 행정·재정·법적 압력과 정상화 의무라는 네 갈래 갈림길에 서 있음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정상화 계획서 혼선, 부당이득금 소송, 재정 압박, 공실 문제 등은 모두 개별 사건이 아니라 하나의 연결된 구조적 문제다.

52억 7천만 원은 어디에 멈춰 있는가

순총학원이 진정 묻고 답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정상화라는 이름 아래, 사라진 책임과 구조는 누가 복원할 것인가. 52억 7천만 원의 행방, 재정 구조의 공백, 의사결정의 책임 회피는 단순한 행정 문제가 아니라 한국교회 사학 전체의 신뢰 문제다. 지금 침묵한다면, 다음 피해는 학생과 교단 구성원이 진다.

본지는 법인의 정상화 과정, 회계자료 공개 여부, 관련 소송 진행 상황 등을 계속 추적할 예정이다.

노곤채 목사/ 풀가스펠뉴스 대표, 한국기독언론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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