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과천대로에 위치한 순복음대학원대 전경
서울 관악구 과천대로에 위치한 순복음대학원대 전경

순복음대학원대학교(총장 한사무엘 박사)는 한국교회 성령운동의 요람으로 세워졌다. 1996년 학교법인 순총학원이 설립되며 목회자 양성과 신학 교육을 통해 교회의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사명을 안고 출범했지만, 그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학교는 불법적 자금 대여와 파행 운영으로 얼룩졌고, 결국 교계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대표적 사례가 되었다.

2015년 발생한 교비 52억7천만 원 대여 사건은 그 대표적 사례다. 순총학원은 수익용 건물 보증금을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에 대여했지만 지금까지 회수되지 않았다. 2017년 상일회계법인 감사보고서, 2022년 학교법인 이사회, 2024년 상도회계법인 감사보고서가 공통적으로 지적한 내용은 동일했다. 대여금의 실재성을 입증할 자료가 부족하며, 채무 주체가 불명확하다는 점이었다. 기하성 측은 당시 총회장 개인의 결정이었다고 주장했지만, 그 결과 학교는 재정적 손실과 신뢰 추락을 떠안았다.

2025년 6월 20일 작성된 감사보고서 역시 같은 문제를 반복해 지적했다. 보고서는 2015년 당시 총회장의 단독 결정에 의해 대여가 이뤄졌다고 기술했으며, 미회수 기간이 이미 7년에 이르렀음을 기록했다. 또한 회수 가능성이 불투명한 채권은 법적 절차를 통해 강력히 회수해야 한다는 권고가 포함되었다. 더불어 교직원과 교원의 처우 개선이 미흡하다는 점을 적시하며, 학교 운영이 교육 목적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점도 강조됐다. 이는 단순한 행정 착오가 아니라 관리·감독이 장기간 작동하지 않은 구조적 문제임을 보여준다.

불법 대여 의사결정에는 당시 학교와 교단 지도부가 관여했다는 사실이 여러 차례의 감사보고서와 판결문에 기록돼 있다. 법원 판결에 따르면, 일부 이사들이 자금을 대출받아 순총학원에 대여하도록 결의한 사실이 인정됐고, 이 과정에서 업무상 배임과 횡령 혐의가 적용되어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이는 개인의 일탈을 넘어 제도적 허술함과 감독 부재가 낳은 결과였다. 또한 감사보고서는 당시 이사장과 관련 이사들 역시 회계 투명성과 운영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일부 언론은 당시 지도자들에게 추가 의혹을 제기한 바 있으나, 이는 사법적으로 확정된 사실이 아니므로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

이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순총학원 인수 절차가 진행 중인데, 교계 일각에서는 불법 대여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측과 가까운 인물이 개인 자금을 들여 인수를 시도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만약 이러한 시도가 사실이라면, 과거의 문제와 연루된 세력이 다시 학교 운영권을 확보하는 셈이 되어, 교육부의 관리·감독과 교회의 공공성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우리는 타 교단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장로교 합동의 총신대학교는 이사들의 전횡과 비리로 교육부가 관선이사를 파견하자, 교단은 비리에 연루된 이사 전원의 사퇴를 선언하고 새 이사진을 구성했다. 감리교신학대학교는 교수 임용과 재정 문제로 사회적 비판을 받았을 때 문제된 인사들을 배제하고 운영 구조를 개혁했다. 성결교의 서울신학대학교 역시 내홍 속에서도 책임자 배제와 외부 전문가 참여를 통해 투명성을 확보했다. 세 교단 모두 공통적으로 “책임 있는 인사는 반드시 배제한다”는 원칙을 확인했다.

순복음대학원대학교의 정상화 또한 이 원칙을 따라야 한다. 불법 대여에 관여한 인사들을 단호히 배제하지 않는 한 정상화는 불가능하다. 운영 구조는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해야 하고,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회계‧감사 시스템이 반드시 확립되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교를 위해 실제로 헌신해온 주체가 운영권을 맡아야 한다는 점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이미 학교를 위해 건물을 기증하고 재정적 지원을 해왔으며, 한국교회와 세계 선교에서 보여준 역량은 학교 정상화를 이끌기에 충분하다. 따라서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새로운 운영 주체가 되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교회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합리적 해법이다.

순복음대학원대학교 사태는 단순히 한 사학법인의 문제가 아니다. 교회의 이름으로 세운 교육기관이 불법과 무책임으로 얼룩진다면, 그것은 한국교회의 자정 능력 상실을 의미한다. 2025년 감사보고서가 동일한 문제를 반복해 지적했다는 사실은 지난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근본적인 해결이 없었음을 보여준다. 이번에도 책임 규명과 개혁을 외면한다면, 순복음대학원대학교는 교회의 이름으로 세운 학교가 어떻게 몰락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불법에 연루된 세력을 단호히 배제하고, 실제 헌신해온 주체가 중심이 되어 정상화를 이끈다면, 이 사건은 한국교회의 자정 능력을 증명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순복음대학원대학교 정상화는 곧 한국교회의 미래와 직결된 과제이며, 지금 필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노곤채 목사/ 풀가스펠뉴스 대표, 한국기독언론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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