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운영의 혈맥, 그러나 커지는 불만
교단 운영과 선교, 교육, 행정을 위해 한국 교회 대부분은 상회비 제도를 운영한다.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도 예외가 아니다. 헌법 제116조(현행 헌법 기준)는 교회 상회비와 교역자 십일조 상회비 납부를 의무로 규정하고 있으며, 행정서비스 규정집에는 미자립 교회의 경우 “교회 상회비 1만 원 이상, 담임 교역자 십일조 상회비 1만 원 이상”을 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취지는 분명하다. 교단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라는 불만이 높다. 특히 교세 감소와 재정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교회에는 ‘생존을 위협하는 부담’으로 다가온다.
형평성을 잃은 납부 구조
기하성의 상회비는 현재 교회 규모와 재정 상태에 따른 세부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현장에서 형편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대형 교회와 소형 교회가 같은 방식으로 상회비를 내야 한다는 점은 불만의 뿌리다. 작은 교회일수록 상대적으로 더 큰 짐을 지게 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교단 내 중형교회 A 목회자는 “헌금 규모가 전혀 다른 교회가 같은 규정으로 상회비를 낸다는 것은 불합리합니다. 대형 교회는 감당할 수 있지만, 작은 교회는 생존이 위태로워질 수 있습니다”라고 토로했다.
‘최소액’ 규정의 이중적 그림자
행정 규정은 미자립 교회라도 최소 1만 원 이상을 내도록 강제한다. 연대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지만, 현실은 다르다. 적자 운영을 이어가는 소형 교회에는 ‘작지 않은 부담’이다.
더 큰 문제는 미자립 교회의 정의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누가 미자립인가”라는 판정 절차조차 명확하지 않아 적용에 혼란을 낳는다. 고령 목회자와 원로목사에게 부분 면제를 허용하지만, 범위는 모호하고 행정적 제약이 뒤따르는 경우도 많다. 보호 장치가 오히려 옥죄는 장치가 되는 셈이다.
사용처 불투명, 신뢰를 갉아먹다
총회 보고서는 항목별 예산만 공개하고 있어, 납부액 대비 구체적인 사용 내역은 교회들이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내기만 하고 얻는 게 없다”는 현장의 불신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다수 목회자들의 공통된 지적에 따르면 “상회비 지출이 투명하지 않으면 교회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납부액 대비 혜택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보고 체계가 필요합니다”라고 지적한다.
타 교단은 어떻게 운영하나?
타 교단들은 나름대로 현실적 조정을 해왔다. 예장통합은 노회 교세와 재정을 기준으로 차등 부과하고, 예장합동은 교회 헌금액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감리교는 교인 수를 기준으로 간단하게 산출한다.
물론 갈등도 있지만, 공통점은 ‘내는 만큼 부담한다’는 원칙이다. 반면 기하성은 현재 “최소액 납부”조항만 명시돼 있어, 교회 규모와 재정 상황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시대 변화와 교회 현실을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공평·투명·지원
기하성이 신뢰를 회복하려면 상회비 제도의 개혁은 더 미룰 수 없다.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필요하다.
첫째, 등급별 차등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교회의 규모와 재정 자립도를 반영한 산정 기준을 마련해 대형 교회는 비율로, 중형 교회는 완화된 비율로, 소형 교회는 최소액 혹은 면제로 나누는 방식이 필요하다.
둘째, 미자립 교회의 정의 명확화가 시급하다. 연간 헌금 총액과 주일 출석 인원 등 구체적 수치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이를 통해 감면과 면제를 체계적으로 적용하고, 생활비 보조나 선교비 지원 같은 실질적 지원과 연계할 수 있다.
셋째, 최소액 규정의 정기적 조정이 필요하다. 헌법 부칙에 ‘5년마다 최소액을 재검토한다’는 조항을 삽입해 물가와 교회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
넷째, 사용처 투명성 강화가 핵심이다. 상회비 수입·지출 내역을 항목별로 공개하고, 교회가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다섯째, 인센티브 제도도 도입할 수 있다. 성실히 납부한 교회에는 교단 교육·연수·선교 기회를 우선 배정하거나 일정 부분을 환급해주는 방식이다.
여섯째, 상회비 조정위원회 설치가 필요하다. 목회자, 평신도, 재정 전문가가 함께 참여해 제도의 현실성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개선안을 제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행정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 상회비 청구와 납부, 회계 보고를 온라인화해 납부 내역과 미납 경고를 자동화하면 행정 효율성과 신뢰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다.
부담금에서 헌신금으로
상회비는 교단을 지탱하는 단순한 부담금이 아니다. 교회와 교단이 함께 살아가는 길을 위한 헌신금 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일률적이고 불투명한 제도는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차등화·투명성·지원이 결합 될 때, 상회비는 단순한 회비가 아니라 교단을 살리고 교회를 지키는 공정한 헌신금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한 교단 연구자의 말처럼, 기하성은 더 제도 개혁을 미룰 수 없다.
공평과 투명, 그리고 지원이라는 세 축 위에 새로운 상회비 제도를 세울 때, 기하성은 교단의 신뢰를 회복하고 교회의 미래를 다시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다음 편은 새 회관 건립을 둘러싼 현안과 제도적 대안을 두 편의 기획 기사로 나누어 심층적으로 살펴 보려고 한다.
노곤채 목사/ 풀가스펠뉴스 대표, 한국기독언론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