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신뢰도가 사회적 기준 최하위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냉정한 평가가 반복되고 있다. 교회의 세습 문제, 재정 불투명, 도덕적 일탈, 행정 비효율, 다음세대 이탈 등 내부 병리 현상은 이미 위기 단계를 넘어섰다. 오랫동안 수많은 대책이 논의되었지만, 개혁의 핵심은 결국 한 지점에 수렴한다. 목회자 리더십의 신뢰 회복이다.

오늘의 위기는 단순한 시스템 실패가 아니라 영적·공적 책임을 외면한 리더십의 붕괴에서 비롯됐다. 설교는 더 정교해졌지만 목회자의 삶은 약자와 멀어졌고, 교회의 건물은 웅장해졌으나 지역사회에는 무관심해졌다. 강단의 권위는 강조되었지만 사회적 책임은 축소되었다. 그래서 많은 신앙인들은 “목회자가 변하지 않는데 교회가 변할 리 없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를 낸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변화의 방향을 몸으로 증명하는 개혁적 목회 리더십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책상 위가 아닌 거리에서, 세대 간 단절이 아닌 동행을 통해 복음을 실천하고 있다.

광주 서정교회 장헌권 담임목사
광주 서정교회 장헌권 담임목사

광주 서정교회 장헌권 목사는 45년간 인권과 평화 현장에서 눈물을 흘려온 ‘길 위의 목사’다. 그는 5·18 진상규명 활동, 세월호 유족 돌봄 등 사회적 약자의 현장에서 묵묵히 서 있었다. 그의 목회는 경건만을 입으로 말하지 않는다. “목회자의 자리는 약자의 곁”이라는 그의 신념은 예언자적 리더십의 실천적 모델로 기능한다.

하나교회 김형국 목사는 청년 소외와 우울, 사회적 고립이 심화되는 시대에 ‘정서 돌봄 목회’를 정립했다. 도심형 공동체, 공감형 셀 그룹, 직장인 영성 프로그램 등은 한국교회가 외면한 세대에게 복음을 번역하는 시도다. 그는 “교회가 다음세대를 잃으면, 미래의 문도 닫힌다”고 경고한다.

도시 약자 지원에 앞장서는 좋은나무교회 박요셉 목사는 ‘고독사 제로’를 목표로 독거노인·청년을 위한 긴급 돌봄 시스템을 구축했다. 심야 방문 케어, 긴급 식료품 지원 등은 사랑을 구조적으로 증명하는 방식이다. 그의 사역은 도시선교가 ‘건물 바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우친다.

청년 주거난에 응답하는 김준영 목사는 교회시설을 쉐어하우스로 개방하여 주거·정서·경제 환경에 직접 개입한다. 그는 “주거 문제는 청년의 존엄 문제”라고 말한다. 복음의 현실화를 향한 용기 있는 실험이다.

▲AI 시대 미디어 선교사 김석금 목사

AI 시대에 대응하는 미디어 선교사 김석금 목사는 디지털 문해력과 성경 교육을 결합해 다음세대의 신앙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설교 분석, 온라인 소그룹, 콘텐츠 큐레이션 등을 통해 ‘디지털 세대의 언어’를 해독하는 사역은 미래 교회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뚜렷하다.

첫째, 약자를 향한 눈물.

둘째, 교회의 공공성을 위한 실천.

셋째, 플랫폼과 지역사회의 연대.

넷째, 프로그램보다 ‘삶 중심’의 복음.

그리고 무엇보다, 하나님의 마음을 닮으려는 몸부림이다.

교회가 신뢰를 잃는 동안 사회는 더 깊은 상처를 입었고, 청년들은 교회를 떠났으며, 약자는 공동체로부터 소외되었다. 새로운 부흥은 다시 강단과 목회자의 영성 위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다. 종교개혁은 성직자의 부패에 대한 항거에서 촉발되었다. 오늘의 위기 역시 그와 다르지 않다.

한국교회의 미래는 다시 한 번 묻는다. “목회자는 어디에 서 있는가?” 권력 옆에 서는가, 아니면 눈물이 흐르는 자리 옆에 서는가.

오늘도 골고다 언덕에서 약자를 품는 목회자들이 존재하는 한, 한국교회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들의 삶과 리더십은 교회가 잃어버린 영적 설득력을 회복하는 살아있는 증언이다.

미래세대를 위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제언

미국 퓰러신학교 미시올로지 연구진은 “교회가 청년을 잃는 이유 1순위는 관계의 부재”라고 분석했다. 친밀한 멘토링과 열린 대화를 제공하지 못하면, 다음세대는 교회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소멸’한다고 경고한다.

독일 본대학교 종교사회학자는 “종교는 공공적 책임을 상실하는 순간 문화적 영향력도 사라진다”고 말했다. 교회가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것이 곧 신학의 생명 유지 장치라는 의미다.

국내 기독 청소년 상담가들은 “도덕적 훈계보다 정서적 공감, 설교보다 곁에 서주는 친밀성이 청년의 신앙을 붙든다”고 조언한다.

또한 기독교육학자들은 교회가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실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① 실패해도 안전한 공동체 만들기, ② 직업·진로·정서·관계 상담 체계화, ③ 온라인·디지털 사역의 표준화

한국사회는 빠르게 변한다. 변하지 않는 복음은 중요하다. 그러나 변해야 하는 목회 방식은 분명히 존재한다.

결국, 이 모든 전문가 조언은 한 문장으로 귀결된다.  “미래는 준비하는 교회에 주어진다.”

교회가 변하려면 목회자가 먼저 변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변화는 이미 현장에서 시작되고 있다.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한 개혁은, 오늘도 길 위에서 조용히 이어지고 있다.

노곤채 목사/ 풀가스펠뉴스 대표, 한국기독언론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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